뉴스팍 배상미 기자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취임 후 한 달여 만에 첫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했다.
신규 공약 이행은커녕 기존 진행 사업조차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운 재정 실태를 도민에게 직접 보고하고, 당장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한 강도 높은 재정 구조개혁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추 지사는 5일 오전 10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420만 경기도민을 향해 경기도의 심각한 재정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 조치를 공식화했다.
이번 선언이 일시적 어려움을 과장하거나 공약 추진을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며,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2~3년 뒤 채무 상환을 위해 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서 밝혀진 가장 파괴적인 재정 실태는 올해 예산의 파행적 구조다. 민선 8기 도정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상당수 필수·민생 사업의 올해 예산을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해 두었던 이른바 '미생 예산'의 존재가 취임 후 보고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로 인해 10월부터 12월까지 마지막 석 달간의 행정 공백이 현실화됐다. 노인장기요양 사업(1,234억 원)을 비롯해 도교육청 학교 급식비 지원(584억 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운영 지원(291억 원), 산후조리비 지원(80억 원), 친환경 학교급식(34억 원),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지원(29억 원), 가족돌봄수당(14억 원),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 육성(10억 원) 등 도민 삶과 직결된 사업 예산이 예산서에서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추 지사는 이를 두고 "마른 땅에 풀 한 포기 남기지 않은 격"이라며 위기 미룰 여력이 더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 같은 재정 난맥상의 배경에는 전임 도정의 과도한 채무 발행과 기금 남용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경기도는 지난해 한 해에만 법정 한도(9,460억 원)의 99.6%에 육박하는 9,430억 원의 지방채를 3차례에 걸쳐 발행했는데, 이는 경기도 행정 역사상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여기에 지난해 5월 조례를 개정해 목적이 엄격히 제한된 각종 기금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연 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통해 총 5,588억 원의 기금 재원을 일반회계로 끌어다 소비했다.
대표적으로 남북교류를 위한 남북협력기금은 기존 384억 원 중 340억 원이 일반회계로 전입되면서 잔액이 44억 원으로 급감했으며, 올해와 내년 연간 사업비(각 20억 원)를 집행하고 나면 기금이 사실상 고갈되어 해당 행정 조직 자체가 무력화될 위기에 처했다.
경기도의 고질적인 세입 구조 불균형도 재정 압박을 부채질했다. 경기도의 전체 예산 규모는 약 41조 7,000억 원에 달하지만, 복지사업과 국비 매칭, 시·군 조정교부금 등 법정 의무지출을 제외하고 도가 정책적 판단으로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자체 재원은 1/10 수준인 3조 5,000억 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경기도는 서울시와 달리 개인·법인 지방소득세 수입이 없고 정부의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하는 불교부단체로서 도세 수입의 절반 이상을 부동산 취득세에 의존하는 취약한 세입 구조를 갖고 있다. 부동산 거래 침체로 경기도의 취득세 수입은 2022년 약 11조 원에서 올해 약 8조 원으로 30% 급감했다.
3기 신도시 개발에 따른 취득세 예상 수입 역시 공공임대주택 비율 확대와 LH 직접개발 방식 전환 영향으로 당초 6,500억 원에서 2,300억 원 수준으로 65% 이상 토막 났다. 반면 신도시 조성에 따른 교통·소방·복지 기반시설 확충 비용은 경기도가 고스란히 짊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반도체 등 첨단 기업을 유치하더라도 이들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법인지방소득세는 관할 시·군에 전액 귀속되어 경기도의 세수 확충에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와 반대로 고령화율(연평균 6.8% 증가) 등 복지수요는 가파르게 늘어 전체 예산 대비 복지 비중이 49%에서 향후 6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추 지사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4대 재정 정상화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도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업무추진비 등 업무경비를 직접 감액하고 세출 구조조정을 강행할 계획이다. 또한 일회성·선심성 행사를 전면 중단하고 각종 연구용역, 민간위탁, 대행사업의 타당성을 현미경 검증해 낭비성 예산 집행을 차단한다.
공직 조직 측면에서는 도지사 직속 참모조직부터 엄격히 재정비하고 실·국 간 칸막이를 없애 효율적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기로 했다. 세입 면에서는 지방소비세 확충과 기업 유치 세수의 합리적 배분, 국고보조사업의 과도한 지방비 부담 개선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다.
추 지사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취약계층과 서민의 삶에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예산은 끝까지を守하겠다고 다짐했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31개 시·군, 1,420만 도민이 하나의 팀으로 힘을 모아 지금의 위기를 미래 세대의 빚으로 남기지 않고 재정 정상화의 전환점으로 만들어내자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