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팍 배상미 기자 | 지구온난화의 여파가 바다를 넘어 농촌 현장까지 집어삼키고 있다. 연근해에 아열대성 어종이 출몰하는 생태계 변화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작물이 익기도 전에 타들어가는 기후 재난이 현실화됐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이 올라가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폭염과 집중호우, 이상저온 등 극단적인 날씨가 반복되면서 농작물의 품질과 생산량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 특히 노지재배 비중이 높은 지역 농업은 기상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농가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화성 농업에는 지역만의 뚜렷한 경쟁력이 있다. 대표적인 작목이 바로 포도다. 화성 서부지역의 포도는 서해안의 해풍과 미네랄이 풍부한 기름진 옥토 등 자연조건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축적된 재배기술이 더해져 타 지자체의 부러움을 사는 명품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송산면과 서신면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포도산업은 단순한 농산물 생산을 넘어 화성을 대표하는 핵심 농업자산이자 강력한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한여름 낮 기온이 36~37도를 오르내리자 시설 하우스 내부는 40도를 훌쩍 넘어서며 과실이 붉게 물들기도 전에 열해 피해를 입는 등 천혜의 자연조건마저 무색해지는 위기에 직면했다.
송산면에서 20여 년간 포도 농사를 지어온 깐놀이 농원(포도명가) 민미영 대표는 “기후변화가 극심해 하우스 내부 열기로 포도가 제대로 익지 않고 타들어가는 상황”이라며 “환풍기나 시설 개보수가 절실하지만 연세 드신 농가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기후 위기와 더불어 농촌의 급격한 고령화와 일손 부족은 생산 기반을 흔드는 또 다른 축이다. 청년 농업인의 수혈이 절실하지만, 높은 토지 매입비와 시설 투자비용, 대출 이자 부담 탓에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 여기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건비와 농자재 가격이 겹치면서 농가 손에 쥐어지는 순이익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민 대표는 “도시와 인접한 도농 복합지역임에도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인건비를 치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농촌 현장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여성 농업인들이 경영체 공동경영주로 널리 등록돼 실질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홍보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화성시 행정기관도 현장의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화성시 농식품유통과 관계자는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번 추경에 1억 9천만 원의 예산을 긴급 편성해 포도 시설 하우스 내 공기 순환팬 보급 사업을 추진 중이며, 내년에는 별도 사업으로 예산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력난과 신품종 보급에 대해서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장 수요에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기후에 맞는 신품종 전환 역시 기술센터를 통한 실증 시험과 농가 의견 수렴을 거쳐 안전하게 보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산포도가 지속 가능한 고부가가치 농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을 향한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체계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첫째, 기후 대응을 위한 시설 현대화 지원 확대다. 시설 하우스 내부 열기를 순환시키는 순환팬 보급과 시설 개보수 보조 비율을 현실화해 이상고온에 취약한 일반 농가의 피해를 선제적으로 막아야 한다.
둘째, 지역 맞춤형 신품종의 체계적 검증과 안정적 보급이다. 농가가 개별적으로 겪는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행정과 농업기술센터가 화성 토양과 기후에 최적화된 우수 품종을 신속히 검증해 현장에 안착시켜야 한다.
셋째, 청년농 정착 지원 및 외국인 인력 수급 체계의 실효성 확보다. 청년 농업인이 초기 금융 부담을 덜고 정착할 수 있는 전용 융자·보조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농번기 일손 부족을 해소할 공공형 계절근로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
넷째, 농가와 행정, 유관기관을 아우르는 소통 창구 단일화다. 영농조합, 농협, 개별 작목반 등으로 분산된 대화 채널을 하나로 묶는 정기 협의체를 구축하고, 재배 면적과 유통량을 아우르는 정확한 데이터 기반의 중장기 발전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화성시 농식품유통과 관계자는 “현재 송산 지역은 다양한 조직으로 대화 창구가 분산되어 있어 일원화된 논의 기구 구성이 급선무”라며 “포도 축제 이후 농가 및 유관기관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첨단 산업도시로 도약하는 화성시의 성장 뒤편에서 명품 농산물의 가치를 지켜온 농민들이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기후와 인력 문제를 아우르는 행정의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