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팍 배상미 기자 | 수원 군공항(공군 제10전투비행단) 이전 문제가 또다시 정치권의 문턱 앞에 섰다. 2014년 수원시의 이전 건의로 시작해 2017년 국방부가 화성시 화옹지구를 단독 예비이전 후보지로 발표한 지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해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그사이 수원과 화성 일대 수만 명의 주민들은 극심한 전투기 소음과 고도 제한 속에서 일상을 희생해 왔고, 해마다 수백억 원의 소음 피해보상금과 소송 배상금이 국비로 투입되는 재정적 비효율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평행선 달리는 수원과 화성… “양측 모두 틀리지 않았다”
지자체 간의 입장 차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수원시는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군공항이 도시 확장을 가로막고 시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만큼, 이전은 수십 년 묵은 숙원을 풀기 위한 필연적 과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화성시의 반발 역시 확고하다. 수원의 고통을 덜어내기 위해 왜 화성이 갯벌 생태계 훼손과 새로운 소음 피해, 서해안 개발 규제라는 일방적 희생을 떠안아야 하느냐는 항변이다.
민선 지자체가 돌파구로 추진해 온 ‘경기국제공항(민·군 통합공항)’ 연계 카드 역시 화성 주민과 지자체의 깊은 불신을 넘어서지 못했다. 양측의 명분과 입장이 모두 일리 있는 만큼, 기초자치단체끼리 마주 앉은 협상 테이블에서 자발적인 합의점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지자체 갈등’ 뒤에 숨은 국가의 직무유기와 정치의 실종
문제의 본질은 ‘지자체 간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국가의 명백한 직무유기에 있다. 군공항은 지자체의 부속물이 아닌 대한민국 영공 방위의 핵심 인프라다. 그럼에도 국방부와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는 종전 부지를 개발한 수익으로 이전 부지를 조성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의 현행 특별법 뒤에 숨어, ‘지자체 간 합의가 먼저’라는 원론적 핑계로 발을 빼왔다.
정치권 또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선거철마다 수원에서는 ‘조속한 이전’을 약속하고 화성에서는 ‘결사 반대’를 외치며 지역 표심 갈라치기에만 골몰했을 뿐, 선거가 끝나면 무책임한 방관자로 돌아섰다. 행정과 정치가 결정을 미루는 사이, 이웃한 두 도시 주민들의 갈등의 골만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어졌다.
초당적 결단과 확실한 ‘국가 보증 수표’가 유일한 출구
군공항 이전은 누군가의 일방적 승리와 패배로 귀결될 수 없다. 수원 시민의 오랜 고통을 외면할 수도, 화성 시민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다. 국가가 만든 난제를 기초자치단체 주민들 간의 ‘갈등의 늪’으로 방치하는 방식은 이제 끝나야 한다. 중앙정부의 결단과 정치권의 초당적 책임 정치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다음 세대에도 풀리지 않는 소모전으로 남을 것이다.
정치가 결단을 내렸어야 할 시점은 이미 과거의 일이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방부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끌어야 할 국토교통부가 지자체 간 눈치싸움 뒤에 숨어 ‘합의 우선’이라는 무책임한 방패막이를 내세우는 동안, 이웃한 두 도시 주민들은 서로를 향해 깊은 불신의 벽만 쌓아 올렸다.
국가시설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비용과 상처를 더 이상 풀뿌리 지방자치 현장에 고스란히 떠넘겨서는 안 된다.지금 필요한 것은 선거용으로 급조된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생을 담보할 ‘국가 차원의 확실한 법적·재정적 보증 수표’다.
국가는 이전의 전략적 당위성을 투명하게 입증하고, 이전 후보지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파격적인 인프라 구축과 미래 먹거리 대안을 국가 계획으로 공식 확정해야 한다. 수십 년간 묶여온 매듭을 푸는 일은 지자체장의 성명서 한 장으로 해결될 수 없다.
국회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초당적 협치 기구를 즉각 가동하고 책임 있는 국가 로드맵을 확정 짓는 것만이 유일한 출구다. 표 계산에 매몰된 정치권이 또다시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한다면, 머지않아 역사는 이들을 ‘무능한 방관자’이자 ‘갈등을 부추긴 공범’으로 기록할 것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구호가 아닌 실행으로 정치가 국가의 몫을 온전히 짊어져야 할 순간이다.














